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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청년대회와 교회의 성학대 문제: 책임 회피와 그 위험성

홍크리쓰리 2024. 12. 28. 22:50

포르투갈 주교 조제 호세 오르넬라스가 14일(현지시간) 포르투갈조사 독립위원회의 '성직자 미성년자 성학대' 최종보고서 발표직후 기자회견에서 공식 사과문을 읽고있다/ 사진=로이터 사진츨처: 네이트 뉴스

세계청년대회는 종교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고, 청년들에게 신앙과 희망을 전달하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그러나 최근 가톨릭 교회 내 성학대 문제와 그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을 고려할 때,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교회가 여전히 성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청년대회의 개최는 피해자들에게 추가적인 상처를 주고, 교회의 책임 회피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포르투갈 가톨릭 교회는 지난 수십 년간 성직자들에 의한 성학대 사건을 체계적으로 은폐해왔습니다. 피해자들은 어린 시절 교회 내 성직자들에게 학대를 당했으며, 1950년부터 2020년까지 최소 4815명이 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 문제에 대해 충분한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가해 성직자들에 대한 처벌을 미루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도 법적 판결을 기다리며 지연시킨 결과, 교회는 신뢰 회복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학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기림비 건립 약속마저 최근 백지화되면서, 교회는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대규모 행사를 여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비칠까요?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서 교회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 내 성직자들과 신도들이 모여 신앙을 축하하는 모습은 결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리스본 곳곳에 "포르투갈에서 48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가톨릭 교회에 학대당했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가 게시된 것은 이번 세계청년대회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민감하고 아픈 주제인지 잘 보여줍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행사가 신앙 공동체의 결속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존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수많은 청년들과 성직자들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로, 만약 적절한 관리와 책임 의식이 결여된다면, 부적절한 권력 관계나 신뢰를 악용한 또 다른 성학대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교회 내 성학대 문제의 본질은 바로 이러한 구조적 권력 남용과 은폐에서 비롯되었으며, 대규모 행사는 이러한 문제를 더 쉽게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또한, 성학대 피해에 대한 교회의 대응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이번 대회에 참석하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축제는 가능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받을 위험도 존재합니다. 이는 교회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정당화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신앙과 교회에 대한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현재 교회가 해야 할 일은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는 대규모 축제가 아니라, 그 문제를 진지하게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을 제공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 개혁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 없이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피해를 양산할 위험을 내포한 무책임한 행위에 불과합니다. 교회가 진정으로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먼저 성학대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정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