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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의 성범죄, 거룩함 뒤에 더는 면죄부가 없다

홍크리쓰리 2025. 5. 13. 22:00

얼마 전 충격적인 뉴스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84세의 앤서니 피어스가 과거 사제로 재직하던 시절 저지른 성범죄를 자백했고, 결국 법원에서 징역 4년 1개월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그 일은 내 인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며 울분을 터뜨렸죠. 안타깝게도, 이 사건은 결코 예외적인 일이 아닙니다. 가톨릭 교회 내에서 성직자에 의한 성범죄는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고 있으며, 그 후속 대응은 늘 늦고 부족하며 때로는 조직적인 은폐까지 동반되고 있습니다.

종교 권위를 방패 삼은 가해자들

이런 사건들을 볼 때마다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많은 성직자들이 신도들의 신뢰와 종교적 권위를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죄책감은커녕 책임조차 회피해왔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한 조사보고서에서는 일부 사제들이 피해 아동에게 “이건 신의 뜻”이라며 세뇌하고, 말을 안 들으면 “가족이 지옥에 간다”는 식의 협박까지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런 말을 들은 아이들은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성스러움 뒤에 숨어 죄를 정당화하는 이런 행태는 정말 파렴치하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교회 구조 자체가 범죄를 은폐해왔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범죄가 개인의 일탈로 그치는 게 아니라, 교회 조직이 이를 조직적으로 덮어왔다는 점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독립조사위원회가 70년간 21만 건이 넘는 아동 대상 성범죄가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조사에서도 300명이 넘는 성직자가 1,000명이 넘는 아동을 수십 년간 학대했고, 교회는 이를 묵인하고 조직적으로 숨겨온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교회 수뇌부가 진실을 감추기 위한 매뉴얼까지 사용했다는 사실도 밝혀졌죠.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한 '거룩한 조직'

교회는 늘 사랑과 자비를 강조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냉정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많은 피해자들은 자신의 고통을 말할 곳조차 찾지 못한 채, 오히려 "교회의 명예를 위해 조용히 하라"는 식의 압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합의금으로 입막음을 시도하거나, 가해자를 다른 본당으로 슬쩍 전출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덮으려 한 사례도 많습니다. 피해자에게는 말할 수 없는 상처와 침묵이, 가해자에게는 다시 범죄를 저지를 기회가 주어진 셈입니다.

반복되는 사건, 미온적인 대응

미국, 유럽, 호주, 그리고 최근엔 포르투갈까지. 나라를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성범죄 사건이 드러나고 있지만, 교황청과 각국 교구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입니다. 교황이 “무관용”을 외치고는 있지만, 실제로 고위 성직자들의 성범죄에 대해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외부의 개혁 권고마저 "전통과 종교의 자유"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으니, 이런 태도로는 도저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외부 감시와 책임 있는 처벌이 절실하다

이제는 정말 외부의 철저한 감시와 개입이 필요한 때입니다. 미국 몇몇 주에서 시행된 독립 조사와 그랜드 저리 보고서 덕분에 수십 년간 감춰졌던 진실이 드러났고, 가해 성직자들이 법정에 서게 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자정이 어렵다면, 사회가 나서야 합니다. 성직자라 해서 특별 대우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에 맞는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고, 이를 묵인하거나 은폐한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 중심의 개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도록, 그리고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와 문화를 바꾸어야 합니다. 독립적인 감시기구를 통해 사건을 투명하게 조사하고 공개하며, 은폐에 가담한 이들은 교회법뿐 아니라 세속법으로도 엄중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종교는 결코 법 위에 있을 수 없습니다.


한 개인의 신앙은 소중하지만, 그 믿음이 누군가의 고통과 침묵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이제는 교회가 스스로 뼈를 깎는 개혁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더 이상 “거룩함”이 범죄의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된다는 사실, 전 세계 가톨릭 교단이 뼛속 깊이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