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톨릭 교회를 바라보며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은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가운데, 교회는 여전히 수백 년 전의 기준에 갇혀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특히 젠더 문제와 과학에 대한 태도는 그런 모습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죠.
여성은 여전히 2등 시민? 사제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2000년이 넘는 가톨릭 역사 속에서 여성은 단 한 번도 사제로 서품된 적이 없습니다. 오늘날에도 “왜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는 바티칸이 굳게 문을 닫고 있죠. 심지어 교황 프란치스코마저 2016년에 “여성은 영원히 사제가 될 수 없다”고 말하며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공식적인 이유는 ‘예수가 남성 사도만을 세웠기 때문’이라는 전통적 해석이지만, 이건 너무 시대착오적입니다. 개신교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여성 목사와 주교를 세워왔고, 가톨릭 내부 조사에서도 성경적으로 여성 사제를 금지할 근거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습니다. 하지만 1994년,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논의를 아예 금지시켜 버렸죠.
여성 신자들이 교회 활동의 중심에서 헌신하고 있음에도,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성직 진입에서는 완전히 배제되는 현실. 그들을 ‘더 중요하지만 불평등한 역할’로 치켜세우는 건, 결국 구시대적 성 역할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이런 구조는 젊은 세대와 지식인들에게 교회를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으로 보이게 만들 뿐입니다. 교회가 여성 사제 문제를 끝까지 외면한다면, 쇠퇴의 길을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과학을 거부해온 역사, 갈릴레오에서 진화론까지
가톨릭은 역사적으로 과학과 자주 충돌해왔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탄압이죠.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이단으로 몰려 가택연금당했고, 교회는 무려 359년이 지난 후에야 그 재판이 잘못됐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나마도 1992년에요.
진화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9세기 다윈이 이 이론을 발표했을 때, 교회는 인류가 아담과 하와에서 나왔다는 교리를 고수하며 격렬히 반발했습니다. 1950년에야 “진화는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슬며시 말했지만, 여전히 “영혼은 신이 직접 창조했다”는 단서를 붙였습니다.
1996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진화론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긴 했지만, 이미 과학계에서는 상식이 된 후였죠. 그 사이 일부 고위 성직자들은 오히려 지적설계론을 옹호하며 진화론을 부정하는 혼란을 부추겼습니다.
과학적 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너무나 긴 시간이 걸리는 이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반지성주의 집단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특히 과학을 신뢰하는 젊은 세대에게 이런 모습은 치명적이죠.
변화하지 않는 교회, 그 끝은 고립과 쇠퇴
여성 문제, 과학 문제뿐만 아니라, 교회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거의 모든 가치와 충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과거엔 교회의 권위가 절대적이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으며, 교회의 완고한 태도에 실망하고 등을 돌립니다.
실제로 유럽, 북미 등지에서는 가톨릭 신자 수가 급격히 줄고 있고, 남아있는 신자들조차 교리 전부를 따르지 않는 ‘선별적 신앙’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가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개혁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무엇보다 교황청은 ‘무오류’라는 권위를 내세워 논쟁을 봉쇄하고 있고, 이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교회를 경직되고 오만한 권력집단으로 느끼게 만듭니다.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그 말이 오히려 교회를 무너뜨리고 있다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교회가 자주 내세우는 말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진리는 이해와 해석, 그리고 적용 방식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변하지 않는 진리’를 이유로 사회적 변화에 등을 돌린다면, 그 진리는 현실과 단절된 신화에 불과해집니다.
이미 많은 개혁파 신자들조차 교회를 향해 “이럴 바엔 지금의 교회는 사라지는 편이 낫다”는 한탄을 쏟아냅니다. 교회가 시대정신을 외면한 채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데만 집중한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론: 교회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가톨릭 교회는 지금 큰 기로에 서 있습니다.
여성과 청년, 과학과 지성, 다양성과 평등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변화를 거부할 것인가?
만약 후자를 택한다면, 그 끝은 뻔합니다.
교회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 것이고, 결국 역사 속으로 퇴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진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오히려 교회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