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목회자는 신앙 공동체를 지도하는 영적 리더로서 도덕적 책무를 지녀야 하지만, 오히려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의 68%가 목사나 전도사 등 지도층 인사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조사 결과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했음에도 교단 차원의 엄격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온적인 대응이 반복됨에 따라 개신교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심화되고 있다.
목회자의 성범죄: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은 현실
목회자의 성범죄는 개별적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형교회 목사였던 이재록이 있다. 그는 자신의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은 그가 ‘신의 권능’을 가졌다고 믿었기에 저항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으며, 법원은 이를 종교적 권위의 악용으로 판단했다.
JMS 교단의 정명석 역시 종교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의 전형적인 사례다. 그는 해외로 도피하며 여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복역한 후,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유사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처럼 일부 교주급 인사들의 성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개별적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는 소위 ‘정통 교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전병욱 목사는 교인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민사상 배상 판결을 받았고, 전준구 목사는 성추행 혐의로 재판 중이던 시기에 감리교단 감독으로 선출되었다. 미성년자를 성폭행하여 면직된 목사, 여성 신도를 지속적으로 추행한 목사 등 다양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서는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르는 전문직 1위가 목사’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종교적 권위를 악용한 범죄가 개신교 내부에 만연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교단의 미온적 대응과 책임 회피
목회자의 성범죄가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교단 차원의 미온적 대응과 책임 회피 때문이다. 성범죄가 드러날 경우 강력한 처벌과 함께 교단 내에서 영구 제명하는 것이 마땅하나, 현실적으로는 제대로 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병욱 목사를 들 수 있다. 그는 성추행 의혹으로 사임한 후 13억 원대의 퇴직금을 수령하고, 별다른 제재 없이 새로운 교회를 개척했다. 이에 대해 일부 교인들이 거리 시위를 벌였지만, 교회 측에서는 오히려 시위자들을 비난하며 사태를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 지원 단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가 교회나 교단에 사건을 신고했을 때 가해자가 실질적인 징계를 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설문조사에서도 일반 교인의 86.5%가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는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목회자의 절반 가까이는 일정 기간 후 복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교단 내부의 안일한 태도가 성범죄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신교의 신뢰 회복을 위한 개혁 필요성
개신교의 신뢰 위기는 단순한 이미지 실추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존속과 관련된 심각한 사안이다. 개신교는 한때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로 자리 잡았으나, 지속적인 성범죄와 이에 대한 미온적 대응으로 인해 사회적 신뢰를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교계가 나서서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를 단호히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교단 내 징계 시스템을 강화하고, 성범죄와 관련된 목회자의 복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교회의 도덕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개신교는 사회적 신뢰를 점점 더 잃고, 결국 종교적 권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개신교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부의 강력한 자정 노력이 필수적이다. 조직 내부에서 문제를 은폐하거나 가해자를 감싸는 문화가 지속된다면, 개신교는 사이비 종교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개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이며, 지금이야말로 개신교가 스스로를 바로 세울 시점이다.